돈은 물과 같다
한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말이 있다.
각자 분야에서 꽤 잘 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가 한 말이었다.
구체적인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돈에 대해 나보다 훨씬 오래 생각해온 사람들이었다는 것만 기억한다.
"돈을 가만히 두면 안 됩니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돈도 멈추면 죽어요."
처음엔 그냥 있어 보이려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부자들이 즐겨 쓰는,
뭔가 심오해 보이지만 실체가 없는 그런 종류의 말.
그런데 몇 년이 지나고 보니,
그때 그 사람이 한 말이 결국 내가 가장 비싸게 배운 교훈이었다.
주변에 두 부류의 사람이 있었다.
한쪽은 아끼는 데 천재였다. 버는 족족 저축했다. 투자는 무서워서 안 했고,
새로운 걸 배우는 데 돈을 쓰는 건 낭비라고 생각했다.
통장 잔고가 늘어나는 걸 보면서 안심했다.
그 안심이 함정이었다.
물가가 올랐다. 통장의 숫자는 그대로였지만, 그 숫자로 살 수 있는 것들은 줄어들었다.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다른 한쪽은 완벽하지 않았다.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작은 사업을 해봤다. 실패했다.
온라인으로 뭔가를 배웠다. 써먹지 못한 것도 많았다. 소규모 부동산에 넣어봤다.
손해도 봤다.
그런데 그 사람은 돈을 계속 움직이게 했다.
실패할 때마다 하나씩 알게 됐다. 어디에 넣으면 안 되는지,
어떤 흐름이 돈을 불리는지, 무엇이 진짜 자산이 되는지.
실패가 쌓일수록 판단이 정확해졌다.
매일 물가를 한탄한다.
모아둔 건 그대로인데
세상이 비싸졌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선택이
가장 위험한 선택이었다.
아무도 안 믿어줄 때 산 자산이
그를 먹여 살린다.
실패한 횟수만큼
판단이 날카로워졌고,
결국 움직임 자체가 복리가 됐다.
여기까지 쓰고 나서 잠깐 멈췄다.
마치 흐르는 쪽이 정답이고, 멈춘 쪽이 틀린 것처럼 읽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정답은 없다.
아끼고 모으는 것이 누군가에겐 생존이었을 수 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당장 내일을
버티기 위해 통장에 돈을 묶어두는 것이 그 사람에겐 최선이었을 수 있다.
그걸 틀렸다고 말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다만,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 멈추는 데도 비용이 있고, 흐르는 데도 비용이 있다.
어느 쪽이 맞느냐가 아니라,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 어느 쪽인지 아는 것.
그게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새벽에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같은 곳에 닿는다.
창업이라는 것도 결국 흐름의 문제다.
완벽한 사업계획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 시장이 확실해질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사람. 준비가 다 되면 그때 시작하겠다는 사람.
그 "그때"는 대부분 오지 않는다.
반면, 부족한 채로 시작한 사람은 부딪히면서 배운다. 첫 번째 고객에게 거절
당하면서 시장을 이해하고, 첫 번째 실패에서 진짜 문제를 발견한다.
완벽한 준비란 없다. 흐르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준비다.
새벽에 사업계획서를 쓰고 있든,
아직 첫 걸음도 못 떼고 있든,
한 번 실패하고 주저앉아 있든.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작더라도 움직여라.
서툴더라도 흘러라.
그 흐름이 결국 길이 된다.